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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led by Randomness - 나심 탈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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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헷지드월드 작성일2011-12-22 11:27 조회2,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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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나심 탈레프의 전작이다. 국내에서는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라는 제목으로 2002년 출간된 모양인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인 듯하다. 그런데 원저의 내용과는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동떨어진 인상을 주는 제목이 붙은 것을 보면 내용도 약간 불안하다. 제2판은 제1판에 비해서 내용이 크게 늘어났으므로 한국의 독자를 위해 다른 역자에 의한 번역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5점 만점이면 4점이다. 실용서로서의 효용도는 별로 없지만 문학적이고 기지에 넘치고 내용이 지루하지 않다. 내용은 한마디로 확률에 대한 이야기다. 확률에 대한 이야기지만 트레이더로서의 관점이나 시장에 관한 이야기도 약간은 나온다. 돈을 버는 방법이라거나 금융시장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말아먹은 사람들의 속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심리상태에 관한 성찰도 보이며 이때 탈레프의 트레이딩 스타일이나 다른 트레이더들과의 관계에 관한 편린도 엿볼 수 있다. 필자와 같이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업계에 종사한 인간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함께 야릇한 웃음을... 그리고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는 궁금증과 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으며 자신의 성공이 단순히 운의 산물임을 모른다. 그렇다고 인류가 불확실성에 대해 애초부터 무지했던 것은 아니다. 유일신이란 개념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유일무이한 진리라고 하는 오류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일신의 개념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인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성찰이 적어도 지식인들을 지배했다.

 

인류가 다시 불확실성에 눈을 뜬 것은 근세 서양에 이르러서이며 현대에 와서 칼 포퍼의 방법론에서 백미를 이룬다. 포퍼에 의하면 우리는 어떤 명제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반박할 수 있을 뿐이다. 포퍼의 강력한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탈레프는 데이빗 흄이 인용한 (존 스튜어트 밀의) 블랙스완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백조를 관찰해야 하지만 검은 백조의 존재는 한마리면 족하다." 탈레프는 칼 포퍼를 조지 소로스를 통해서 알았다고 하며 이 책 속에서 소로스에 대한 경외와 존경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인 방법론에 의해서 불확실성이라는 진실을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기는 아직 이르다. 불행히도 인간의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며 우리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감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해서 아무리 잘 이해하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컨트롤하려는 허망한 시도를 포기하고 무엇인가 트릭을 개발하는 것이다. 가령 트레이딩 리포트를 의도적으로 자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집안에 아예 초콜릿을 두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위와 같은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탈레프는 행동경제학에서 논리학 생물학 그리스철학에 걸치는 방대한 지식을 인용한다. 그리고 블랙스완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불신과 신랄한 비판이 등장한다. 탈레프 특유의 문학적 소양에 더하여 이러한 비판이 그의 작품을 출세작이 되게 한 원천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편 이 책은 확률에 대한 책인 만큼 탈레프는 확률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확률선생 노릇도 톡톡히 한다. 포퍼에서 보듯이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회의론인 만큼 회의론의 모태인 확률에 대한 지식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므로 탈레프는 확률에 대한 현대인의 무지에 분노한다. 다음은 탈레프가 책에서 낸 확률문제이다. (그가 고안한 것이 아니다) 재미삼아 독자 여러분께서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리플로 달아주기를 기대한다.

 

[문제 1] 어느 사람과 만났을 때 그와 나의 생일이 일치할 확률은 365분의 1이다. 23인이 모인 자리에서 같은 생일을 가진 사람들이 한쌍 나올 확률은 얼마인가?

 

[문제 2] 어느 질병의 유무를 진단하는 시약이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오진할 확률은 5%다. 또한 이 질병에 걸릴 확률은 1,000분지 1이다. 여러 사람 가운데 무작위로 한사람을 골라 시약을 투여했다. 그사람이 양성으로 판정되었다. 이 사람이 실제로 질병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인가?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필자의 흥미를 끈 부분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트레이더나 CEO 또는 회사들의 과거 실적을 나타내는 트랙레코드를 중시한다. 탈레프에게는 트레이더의 트랙레코드나 회사의 어닝서프라이즈 그리고 CEO의 과거 경력 따위는 쳐다 볼 가치도 없는 노이즈일 뿐이다. 그 이유를 그는 "원숭이와 타이프라이터"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그전에 탈레프는 열개 정도의 상투어구를 미리 지정해 놓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무작위로 연결하면 웬만한 CEO의 신년회 연설 정도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의 원숭이의 예에서는 컴퓨터 대신에 원숭이를 사용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셈이다. 원숭이 백만마리를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혀놓고 무작위로 두들기게 하면 우리는 호머의 일리어드를 복제할 수 있을까? 아마도 백만마리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10억 승의 10억 또는 1조 승의 1조 마리를 동원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해서 발견하게 된 한마리의 영웅 원숭이가 다음번에 또 일리어드를 타이핑하는데 당신의 당신의 저축을 베팅하겠는가?

 

소로스는 한때 자신의 회사에 있는 모든 펀드매니저를 모아놓고 선언하기를 너희들 중 반은 내년엔 여기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탈레프는 10,000명의 가상 펀드매니저를 구성하고 그들에게 소로스의 엄격함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한다. 가상 매니저들의 트레이딩 시스템은 다른 것이 아니라 동전던지기다. 즉 그들이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은 정확하게 50%이며 따라서 그들의 기대수익은 제로다.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오면 10,000불을 주고 뒤가 나오면 만불을 회수하는 것이다. 동전은 1년에 한번만 던지며 승리한 매니저는 게임을 계속하지만 패배한 매니저는 바로 아웃이다. 그러므로 매니저들이 게임에 계속해서 남아있기 위해서는 그들은 연속해서 승리해야만 한다.

 

동전던지기를 계속함에 따라 남아있는 매니저의 숫자는 10,000 에서 5,000 2,500 1,250, 625, 312로 줄어든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아무런 재능이 없이 순수하게 운에 의존하는데도 5년 연속으로 승리한 매니저가 아직 312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놀라운 트랙레코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처음 샘플의 크기 즉 매니저들의 숫자라는 것이다. 숫자가 충분히 작다면 가령 10명이라면 운좋은 매니저가 1/2 확률로 버틸 수 있는 것은 3년이 안될 것이다.

 

이번에는 50%도 안되는 확률 가령 30%의 승률밖에 안되는 매니저들로 시뮬레이션을 하면 어떻게 되나? 코인을 던지는 회수가 거듭되면서 이번에는 10,000 3,000 900 270 으로 위의 사례보다 더 급격하게 수가 줄기는 하지만 50%도 안되는 확률로도 역시 잘 살아남는다. 당신은 그렇게 살아남은 매니저에게 당신의 저축을 맡길 것인가? 확률의 법칙에 의하면 코인던지기의 횟수를 충분히 늘리면 7연속 8연속으로 앞만 나오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리고 평균으로의 수렴의 법칙에 의해서 그 뒤의 퍼포먼스는 앞보다 뒤가 나올 확률이 50%보다 훨씬 커지는 것은 자명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위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위의 예는 모조건적 확률의 세계이고 일단 특정인을 지정해서 관찰하게 되면 조건부확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므로 워렌버핏이 이 조건부확률의 세계를 수십년 살아남는 데는 확실히 운이 아닌 스킬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위의 예가 극명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그것은 소위 시스템트레이딩이라 불리는 투자의 세계에서 다반사로 행하는 최적화라는 것이다. 이 최적화라는 것이 위에서 든 예에서 기대수익을 높히기 위한 동전던지기의 새로운 룰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은 간단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당연히 현실세계에 적용하면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샘플을 둘로 나누어 하나의 샘플에 대해서 최적화를 하고 그 다음에는 최적화를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Forward testing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운을 배제한다면 이렇게 해서 찾아낸 룰에 예측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의 사례대로 아무런 스킬이 없이도 혹독한 조건 하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운의 힘이다.

문제는 사람 (트레이딩 룰)이 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사람 (트레이딩 룰)을 선택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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