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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 -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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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헷지드월드 작성일2011-12-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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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소로스의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었다.

분량이 287쪽으로 얼마 되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점은 대단히 기쁜 일이다.

 

서평을 쓰는 것은 언제나 고역이다.

대학에서 기말 레포트를 쓰는 것처럼 먼저 책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논평을 하는 것이 정형화된 방법이겠으나 이미 다 읽은 책의 내용을 개괄한다는 것이 사실 대단히 귀챦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곳은 대학이 아니라 필자 개인의 블로그이므로 귀챦은 일은 스킵할 수 있다. 내용의 개괄이 필요한 독자는 교보문고의 링크를 참조하기 바라며 이하 필자의 감상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적는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금융위기의 전말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는데 10개월간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지긋지긋하게 보아온 토픽이다. 본블로그 기타 매스컴을 통하여 현 금융위기의 전말에 대해서 익숙한 독자라면 이 부분은 가볍게 스쳐지나가면 될 것이다.

 

본편은 두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부분에서는 그의 독특한 재귀성이론을 설명하면서 현대의 철학적 방법론 인식론에 대한 비판과 그에 따른 필연적 귀결로서 자신의 재귀성이론을 확립하기에 이르렀음을 밝히고 있다. 무거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형이상학적 기술은 많지는 않고 비교적 평이하게 씌여져 있으므로 특별히 이해에 곤란을 느낄 부분은 별로 없다. 더우기 그는 금융시장과 관련해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지리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두번째 부분은 전편에서 설명한 재귀성이론을 배경에 깔고 현재의 금융시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수퍼버블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수퍼버블이라는 명칭을 소로스가 처음 사용한 것 이외의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이미 많은 식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역자는 1부보다는 2부가 더 유용하리라는 것을 역자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것은 책이 더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파심일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2부는 현재 진행중인 위기에 대해서 한정적인 시점 (2008년 3월)에서 소로스가 기술한 부분이 대부분이고 그 이후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미 가치가 없는 부분이다. 2부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핵심부분은 제3장 제4장 제5장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이 부분만 읽고 넘어가도 무방할 정도이다.

 

제7장과 제8장에서 현재의 위기의 전망과 정책적권고를 하고 있으나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것은 금년 3월까지의 전개상황에 의거한 것으로 불완전하다. 가령 소로스는 달러의 지속적인 약세와 원자재가격의 급등에 의한 인플레이션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 다음 전말을 이미 알고 있다. 현재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상품가격은 붕괴해 버린 것이다.

 

이 책에서 소로스가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재귀성과 수퍼버블의 존재이다.

 

재귀성 (reflexivity)이란 소로스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구별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논리적귀결로 얻은 영감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사물을 연구하는 주체인 인간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우주 행성 원자 꽃 동물 등을 연구하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이 연구하는 대상인 경제 사회 정치와 같은 것은 관찰자인 주체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 자신까지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서는 필히 오류가 발생한다.

 

인간은 정치 사회 경제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관찰자의 입장에 서서 이를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이 인지적 기능 (cognitive function)이다. 그러나 관찰자 자신도 정치 사회 경제의 일부분이므로 정치 사회 경제에서 일어나는 변화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음은 물론이고 관찰자의 의도나 의견이 정치 사회 경제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다시 그것은 관찰자 자신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소로스는 참여적 기능 또는 조작적 기능 (manipulative fuction)이라 부른다.

 

정치 사회 경제적 현상은 이 인지적기능과 조작적기능 사이의 끊임없는 피드백 (feedback)에 의해서 형성되고 변화되고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을 소로스는 재귀성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이 안정된 균형을 향하고 있다거나 (주류경제학의 주장) 어떤 지고지선한 또는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서 수렴한다는 이데올로기 (파시즘, 칼마르크스의 사상,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원리주의와 같은 것들)은 모두 잠꼬대에 불과하거나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의 에고가 일으키는 조작적기능의 소이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참여적기능을 더 나아가 조작적기능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소로스가 부시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칼로브의 여론조작을 보면서 받은 혐오와 충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칼로브와 같은 자는 예외적인 자가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역사상 모든 시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공통분모다. 정치권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실로 여기는 것이며 그것이 자신들의 권력쟁취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현실을 조작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시도는 궁극적으로는 부질없는 시도다. 왜냐하면 현실은 인간보다 상위의 것이며 (인간은 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현실 자체를 일시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대입해서 이야기한다면 금융시장에는 애초부터 균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효율적시장이론이 이야기하듯이 시장은 항상 옳으며 아주 가끔씩 균형에서 일탈하는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항상 오류를 일으키며 하나의 오류를 또다른 오류가 대체할 뿐이다. 이렇듯 균형 (정확하게는 균형이라 믿어지는 가치)에서 일탈하는 빈도는 정규분포의 가정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 (이것은 정규분포곡선에 있어서의 소위 fat tail의 문제이며 나심 탈레프가 말하는 검은백조이다). 이러한 오류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 버블이며 1980년대 이후에는 버블이 형성되었다 붕괴하는 boom-bust cycle이 예외는 커녕 금융시장의 하나의 커다란 특징이 되어버렸다

 

시장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완전경쟁이론을 필두로 하는 경제학의 오류에 근거한다. 완전경쟁이란 가정은 완전무결한 지식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완전무결한 지식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 사람들은 오류에 근거해서 행동한다. 이것은 최근의 행동주의 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의 발전에 의해서 증명된 명제이다. 사회과학에 지나지 않는 경제학은 자연과학의 반열에 들어서려는 과욕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놓고 그 허상위에 그릇된 이론을 확립시킨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는 자신의 예측을 근거로 투자를 한다. 완전무결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그릇된 예측에 근거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투자자와 시장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투자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소로스가 양자역학에서 차용한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인류 불확정성 원리이다.

 

나아가 이러한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균형이론 완전경쟁원리 현대포트폴리오이론 옵션이론 등 모든 것은 허구이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시장이 완벽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시장은 언제나 옳다기보다는 언제나 틀리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이 언제나 옳지 않으므로 강력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 능사인가? 물론 강력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를 하지 않으면 시장은 끊임없는 버블을 양산해내다가는 결국에는 자기파괴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그러면 규제의 주체는 누구인가? 여기 대해서 소로스는 규제의 주체인 정부는 인간일 뿐만 아니라 관료라는 사실을 적시한다. 당연히 과도한 규제는 매우 해로운 것이란 결론은 공공선택학파의 관료에 대한 실증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자 이와 같은 소로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소로스의 의견은 나무랄데 없는 통찰에 넘친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지만 규제를 담당하는 주체인 관료는 인간일 뿐만 아니라 관료이기까지 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자유방임주의는 오늘날의 혼란의 원흉이며 시정되어야 하지만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장난이 심한 아이를 교화하기 위해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을 것이다.

 

결국은 경제 자체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생각된다. 그 적당한 범위라는 것이 언제나 문제인데 결국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인류라는 존재의 한계가 아니겠는가?

 

한편 잘못된 가정에 근거했다고 해서 모든 주류경제학 내지는 모던포트폴리오이론 파생상품이론이 모두 틀린 것이란 주장은 어떠한가? 이러한 이론들에서 가정하는 균형이라는 것이 어떠한 기능을 담당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균형이란 개념은 시장의 여러 힘이 작용하는 작용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다. 가령 소로스 자신도 재귀성에 의해서 시장은 폭주하여 버블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그 버블이 형성되고 파괴되는 원리는 주류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균형에 이르기 위해서 작용하는 힘의 작동원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논리를 수반한다. 우리는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인식할 필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들의 가정이 현실과 유리되었다고 해서 폐기해 버릴 수는 없다. 자연과학과 같이 증명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해서 사회과학 자체를 부정해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이 책의 핵심논제의 하나인 수퍼버블 가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마친다.

 

수퍼버블이란 현재의 금융위기가 미국의 주택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와 같은 저렴한 신용공여에서 비롯된 금융시장의 버블의 영역을 넘어 지난 20여년간 세계를 지배한 추세에 의해서 촉발되었으며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와 그들이 채택한 시장원리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이 모든 버블의 단초에는 시장원리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인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이러한 시장만능주의가 사라지고 난 새로운 세계의 패러다임이란 뜻이지만 그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가 없다. 그러나 소로스의 이 불친절함은 사실은 소로스 자신이 주장하는 재귀성의 본질에 비추어 생각하면 타당하지 않겠는가?

 

재귀성이론이란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오직 대응에 충실할 뿐이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귀성이론의 이 부분이 비록 통찰에 넘치기는 하지만 주류경제학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아닌가 한다. 결국 이것은 신에 대한 견해를 묻는데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말할 수 없다는 불가지론과 같은 것이다.

 

이야기를 신자유주의로 돌리면 소로스는 80년대에 시장만능주의가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서 주창되어 세상에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물론 이 사조의 최대의 수혜자는 소로스 자신일 것이다)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의하면 레이건 당선 당시 모든 공화당원들은 애덤스미스의 얼굴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레이건의 시대를 축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스승이 된 사람들은 죽고 없는 애덤스미스가 아니라 프리드먼과 하이에크였으며 지금은 형편없는 경제학자로 남아 있는 래퍼곡선의 래퍼였던 것이다.

 

그런데 애덤스미스가  21세기에 살아 있었다면 아직도 보이지 않는 손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주장했을지 대단히 의문이 가는 바이다. 애덤스미스의 시장만능주의는 당시의 지배적사상이던 중상주의에 대한 대척점에서 주장된 것이고 그가 현대의 관점에 선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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